일기

20110508

권정기린 2011. 5. 8. 01:27
 숨막히게 외롭다. 아니. 외로워서 숨이 막힌다. 어느 누구도 그립지 않고,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고. 그래서 나는 자꾸 추락한다. 할 수 있는 것들은 실상 매우 적다.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어서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럴 때마다 심호흡을 한다. 아직은 아니라고. 아직 나는 갈 곳도 정하지 못했다고. 언젠가 원하는 곳으로 떠나기 위해 지금은 참아야 한다고.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느리다. 끈적하게 녹은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들러붙는다. 외로워. 너무나. 사랑하고 싶다. 누구라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나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타인을 사랑해야 덜 외로울 것 같다. 그런데 사랑은 무슨 상태일까? 두근두근 떨리는 것?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것? 그 사람을 안 볼 때는 순간이 영원같은 그런 것? 잘 모르겠다. 어두운 방에 누워 자고만 싶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아니,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나만 아무도 모르는 비를 듣는다. 어두운 방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많은 꿈을 꾸고 많은 꿈을 잊고 깊게 잔다.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런 것들 뿐일것이다. 난 그냥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이 삶을 너무 사랑하지만, 난 너무 무능하다. 어떤 것도 열중해서 하지 못한다. 연애도, 사랑도, 공부도, 생활도. 내게도 한 가지쯤은 잘 하는 것이 있을까? 다른 사람의 삶에 기생하는 것 말고도. 잘 모르겠다 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