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0
집으로 돌아왔다. 양파를 보는 순간 마음이 미어졌다. 양파를 두고 어디 갈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상할 정도로 깊은 애정에 사로잡혀 있다.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나를 약하게 만들지 않고 강하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양파에 빠져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 양파에게서는 아주 꼬소한 냄새가 난다. 내 강아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곁에 있기만 해도 행복하고 뿌듯한 존재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너무 감사한다. 우리 예쁜 강아지, 아프지만 말고 자라라는 기도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한다. 양파가 아프면 전부 내 탓인 것 같고, 양파가 행복하면 그저 기쁘다.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고,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이 마음이 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사랑이라면 너무 깊고 빠져 죽을 것 같다. 아무리 화가 나도 양파를 보면 화가 풀리고, 양파 때문에 서운하고, 양파 때문에 행복하다. 이 마음이 대체 뭘까. 이렇게까지 마음을 쏟게 될 줄 몰랐다. 신기하고 당황스럽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하루 종일 양파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간다. 같이 뒹굴고, 같이 놀고, 같이 자고. 모든 일상이 행복하다.
양파를 못 보게 되는 일은 절대 없길 바란다. 양파를 두고 언니와 싸우고 싶지 않다. 나만큼이나 언니에게도 양파가 소중한 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언니와 내가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서로에게 좋은 반려자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