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6
양파의 자율 급식을 시작했다. 예상했던대로 양파는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고 있다. 사실 걱정은 되지만,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나면 양파가 언제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거라고 믿고 있다.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 언제든 먹고 싶으면 먹고 배가 부르면 멈출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또 양파는 늘 너무 작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듣고 있으니 쑥쑥 크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늘 밥이 부족한 기분이 들어서 불안해 하는걸 보고 있으면 속이 상한다.
내가 자신을 절대 굶게 내버려 두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생기면 좋겠다.
그리고 확신이 생길 때까지 시간이 짧으면 좋겠다. 자꾸 자꾸 억지로 먹어서 토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 괴롭다. 밥그릇이 비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나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두는 일이 필요하다. 나와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관심이 필요하지만, 나를 가장 잘 챙겨야 할 사람은 나다. 물론 언니를 잘 챙기고 양파를 잘 챙기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다만 내가 에너지가 없으면 그들을 돌볼 수 없으며, 내 에너지를 깎아서 주는 일이 아주 어리석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 건강, 내 일, 내 에너지를 소중하게 생각하자. 내가 있어야 다른 이들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요즘은 내가 있어야 다른 존재도 있다는 기본 명제를 내게 이해시키고 체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지치고 힘들면 좀 쉬어가도 된다고 마음 먹는 일이 아주 어렵다. 내가 언제나 질풍처럼 달려온 것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다. 템포를 조절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없기 때문일까?
외부요인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속도와 밀도를 조절하는 일을 이제서야 고민하고 배워 볼 생각을 하다니 어리석고도 다행이다. 이제라도 고민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