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70401

권정기린 2017. 4. 1. 22:34

양파를 입양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양파는 몸무게가 정확히 두 배가 되었고 두 차례 예방 접종을 더 맞았다. 앞으로 한 달만 더 있으면 양파는 예방 접종이 모두 끝난다. 그 때까지 얼마나 자라 있을지 궁금하다. 양파가 무럭무럭 자라길 바란다.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랐으면 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나와 언니와 함께 있길 바란다. 우리 세 식구 모두 행복해지길 바란다.

이 바람들은 때로는 너무나 강력해서 나를 뒤덮을 것 같고, 때로는 너무 부질 없어 곧 사그라질 것을 붙잡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 번에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우리의 생을 지나는 시간 동안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

관계는 늘 조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무엇이든 예측 가능하다면 재미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평화로울 것이다. 나는 그저 모든 것이 조용히 흘러가기만을 바란다. 감당할 수 없는 폭풍우는 이미 모두 지나갔기를 바란다. 내 삶은 언제나 그래왔듯 바람으로 가득하고, 내 자국들은 지난 폭풍우에 모두 쓸려간 듯 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자취를 남겼는지 나조차 모르게 되었으니, 이왕 그렇다면 앞으로의 삶 또한 조용하고 큰 자국 없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