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70410

권정기린 2017. 4. 10. 17:06

마음 안에 부는 바람이 그치질 않는다. 며칠 동안 나는 너무 깊은 수렁에 잠겨 있었다. 그 수렁에서 나오고 싶은지 아닌지조차 불분명한 미친 상태. 우울감을 즐기는 우울증 환자라니 최악이다. 만일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도망치고도 남았다. 그러니 내가 누구에게 무슨 불만을 토로할 수 있겠나. 나를 떠나는 누구라도 그럴만 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최대한 나를 끌어 올려 글을 쓰거나, 그게 안된다면 차라리 나를 지워서 '주인공'이 되어 글을 써야만 한다. 그것이 훨씬 더 좋은 일이다. 내가 지금 집중하지 못한다면 너무 중요한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집중하자. 나는 그래야만 한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자.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래야 나중에 무슨 일이 닥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집중하자. 오로지 내 글에, 내가 써야 하는 글에, 거기에만 집중하자. 이런 다짐과 발악이라도 있어야 내가 나 자신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다.

나 외에는 누구도 나를 비참하게 만들 수 없고, 고립시킬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나를 괴롭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완전히 믿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믿을 수 없다. 아직까지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마저 배반하지 말자. 그것이야말로 할 수 있는 최선이리라.

그 절실함, 절박함으로 무엇을 잡게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글이어야 한다. 나는 언제나 그것을 꿈꿨고, 지금 그 기회가 왔는데 놓칠 수는 없다. 어쩌면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자. 다시 안 올 기회일지도 모른다. 평생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할 수 있을만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