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71024
권정기린
2017. 10. 24. 21:16
화가 날 때면, 역겨워 구역질이 날 때면, 손이 떨려 절로 주먹이 쥐어질 때면 글을 쓰겠노라 마음 먹는다. 다른 어떤 일로도 풀어내지 못하는 내 마음은 글이 된다. 하나씩 글자를 조합해 문장으로 다시 단락으로 글로 자라나는 온갖 마음을 본다. 내 마음인데 내가 잘 몰랐던 부분들이 삐죽 나와있다.
숨을 크게 들이쉬는것으로도 산소가 부족해 눈앞이 캄캄해질 때 글을 쓴다. 간신히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조금씩 사고가 가능해진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일도 가능해진다. 겨우 겨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나?
잘 모르겠다.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비겁한 일이다. 아이들은 나 없어도 잘 살텐데 무슨 아이들 때문이야. 어쩌면 더 행복해질지도 모르지.
우울증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낫는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면서 약을 삼킨다. 약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낫고 있겠지. 그렇게 믿는다.
정말 모든일이 좋아지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