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02

 | 일기
2011. 1. 2. 03:34

 새롭게 이사했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것들에 대해 많이 기록하고 싶다던 다짐을 다시 적는다. 나는 약하거나 어리거나 불행하다고 스스로를 동정하거나 비난하는 일들을 그만두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여전히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있다. 이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여기에 있다. 도착하지 않은 채. 나는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 여행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것을 몰랐고, 모르고 싶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치고 내가 다쳤어야 했는지. 그러나 나는 한탄하지 않는다. 이제 새롭게,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언제나 그럴 것처럼 여행한다. 도착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떠나지도 않는다. 어느 곳에서도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어딘가에 도착하여 정착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여행은 계속된다. 얼마나 버겁고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인지. 사는 동안 아마 지겹고 힘들어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을테지만, 그럴 때마다 단단히 나를 붙들어 줄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나를 파괴하여 지옥으로 밀어 넣은 것도 사람이지만 어떤 지옥에 있어도 나를 찾아 숨을 불어넣은 것도 사람이었다. 내가 절뚝거리며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사람 때문이니, 그 사람들 모두 어느 지옥에 있어도 내 숨이 닿기를 바란다. 올 한 해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이 이렇게 다정할 수 있도록 나를 보듬고 내게 기대어주고 함께 걷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두렵고 찬란한 것인지 알려준 그녀에게 감사한다. 우리가 내내 안녕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Posted by 권정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