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1

 | 일기
2011. 1. 21. 02:53
 그런 기분이 든다. 너무 쓸쓸한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가야 할 곳도 없는 내가 뻔히 보여서 차마 스스로 쓸쓸하다고 할 수도 없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기분이 아니라, 온 세상이 멈춰있는데 나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나도 같이 멈추면 좋으련만 내 시간만 무섭도록 흘러 버리는 기분이다. 그림자도 없고 소리도 없고 바람도 없고 비도 없는 세상에서 차마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고 맴돌며 부서질까 걱정되어 아무것도 만질 수 없는 기분이다. 이 멜랑꼴리는 배가 고파도 배가 불러도 담배를 피워도 추워도 더워도 개의치 않고 나를 잠식한다. 무섭고 힘들고 쓸쓸하다. 이 세상이 다 멈춰도 나는 지금과 꼭 같을까? 지금처럼 대상 없는 주인 없는 일기를 쓰며 울까? 괜찮다고 쓰고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쓰고 그럴까? 차마 어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고 할 수 없고 이유도 없는 우울을 쫓아다니며 잠들고 다시 깨어날까?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내일이 되면 다 괜찮아질거야.
Posted by 권정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