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29

 | 일기
2011. 10. 29. 02:37

 너 없어도 빗소리는 좋다는 사실이 신기해. 비가 오다니.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쏟아지는 비. 새벽 두시 반에. 오늘은 계속 아팠어. 아파서 누워있었어. 어제는 감기 기운이 좀 있더니 오늘 아침에는 아예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어. 어제 나가지 말고 쉬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약도 먹고 유통기한이 두 달이나 지난 스파게티를 먹었어. 괜찮던데? 너한테 얘기했으면 절대 먹지 말라고 했을까? 아빠는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엄마는 날 계속 걱정하느라 하루가 짧았을거야. 난 지금 블라인드도 올리고 창문도 다 열어놓고 빗소리 들으면서 방바닥에 앉아서 이걸 쓰고 있어. 엄마가 알게 된다면 왜 침대 위에서 하지 않느냐고 혼나겠지. 생강과 귤껍질을 넣고 끓인 차를 두 잔 마셨고 라면이 먹고 싶었지만 참았어. 너 있으면 끓여줬을거야. 지금 너도 깨어있을까? 너 상담은 잘 가고 있어? 그게 가장 걱정이다. 상담 잘 받아야할텐데.
 아침이 오기 전에 비가 그칠까? 계속 오면 좋겠어. 그래야 나갈 기운이 생길 것 같은데. 오늘의 일정은 합평 모임을 가는거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열심히 쓰기로 결심했거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러고보니 너 자주 아프다고 싫어했는데, 나도 못지 않았지. 울지 말고 잘 있어야 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만두기로 했어.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할 때니까. 마주치지 말자. 마주쳐도 마주치지 않은거야. 열심히 살고, 아프지 말아야지. 내후년쯤엔 나도 좀 멋진 사람이 되어있어야 할텐데.
Posted by 권정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