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1

 | 일기
2017. 3. 11. 15:49

오늘은 양파의 노즈워크 담요가 도착했다. 다른 블로그에서 보니 아이들이 열심히 킁킁거린다길래 무슨 말인가 했는데, 정말 양파가 킁킁 소리를 내면서 열심히 숨겨진 사료를 찾았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아직 아가라 그런지 냄새는 맡는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강아지가 킁킁 소리를 내는 것조차 귀여울 줄은 몰랐다. 양파 덕분에 몰랐던 세상과 감정을 만난다.

양파는 하루종일 놀고 먹고 자고 싼다. 그 모습이 기특하다. 무탈하게 자라기만을 바라는데, 아직까지는 건강하게 뛰어 놀아줘서 고맙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할텐데 아직 물을 자주 마시지는 않아서 그것만이 걱정이다. 다음주에는 2차 예방 접종을 맞으러 간다. 5차까지 다 맞히면 여기 저기 양파를 데리고 산책할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다. 지금은 멀리 나갈 수가 없어서 집 앞 복도만 왔다갔다 하는데 귀를 펄럭이며 뛰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언니는 양파가 너무 귀여운 모양인지 양파를 보는 눈에 사랑이 가득하다. 무해하고 선한 존재. 어떤 의도도 없이 원하는대로 행동하고 원하는 것을 달라고 하는 존재. 언니는 그런 존재가 자신을 사랑하고 믿는다는 사실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아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부디 잃기 전에 소중함을 알았으면 한다.

하루는 양파와 언니로 가득 차 있다. 문득 그 안에 나는 어디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안정감, 믿음, 사랑 이런 것들이 바로 여기에 있는걸. 다만 내가 두려운 것은 내가 오로지 멈춰 있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군가 건네 주겠거니 하고 멍하니 앉아 있는 인간은 되고 싶지 않다. 지금 하루 하루 삐뚤빼뚤한 문장으로 일기를 쓰는 연습을 하는 것도 움직이기 위해서다. 쓰다 보면, 읽다 보면, 생각하다 보면 나아질 것이다. 그래서 움직일 수 있게 되겠지. 그러니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열심히 움직이고 사랑할 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으로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쓸 수 있는 시기이니, 지금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정진해야 한다.

Posted by 권정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