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5

 | 일기
2017. 3. 15. 16:22

양파를 너무 사랑하는 내 마음이 나와 양파에게 독이 된다. 사랑만 하고, 교육 할 줄은 모르는 초보 가족의 흔한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나는 양파와 함께 있으면 온 신경이 양파에게 쏟아져 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조금이라도 아이가 잘못될까봐 덜덜 떤다. 양파가 발이라도 한 번 삐끗하면 뭔가 잘못 되었다고 떨며 병원에 데려가려고 한다. 잘 생각해보면, 집 바닥은 내가 걷기에도 너무나 미끄럽고 나도 늘 넘어지지 않기 위해 천천히 움직인다. 양파는 아직 그걸 깨우치기 어려운 아기이고, 그래서 신이 나면 마구 달리고 그래서 약한 다리로 넘어지는 일이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다. 그런데 머리로 이걸 알아도 눈 앞에서 아기가 넘어지면 너무나 무섭다. 식사량이 늘어나면서 설사를 하는 일도 잦을텐데, 그저 변이 조금만 물러도 호들갑을 떤다. 이런 행동들이 나와 양파 모두에게 안 좋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양파가 살아 있는 생명임을 알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바람 불면 날아갈까 손에 쥐고 키우는 것이 건강한 양육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양파도 그런 내 방식에 스트레스 받으며 나도 심한 스트레스로 몸살이 날 지경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되 과한 관심은 모두에게 독이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겠다.

계속해서 피곤이 가시지 않고, 꿈은 계속해서 악몽이다. 자도 자도 개운하지 않고 깨어 있어도 잠들어도 누군가에게 시달린다. 나를 가장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은 나다. 조금의 긴장 풀림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도 힘들다. 아이를 키우고서야 아이를 키우며 예민해지는 마음을 이해한다. 양파의 방식과 내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어렵고 괴로울 때도 있다.

내가 꼭 안아주면 양파는 갑갑해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당연한 사실인데, 마음으로 그것이 서운하다. 양파는 뽀뽀를 할 줄 모른다. 나는 양파를 핥아줄 수 없다. 내가 양파에게 대체 뭘 해줄 수 있을까? 양파에게 따뜻한 집을 주고 신나게 놀 장난감을 사주고 양파의 밥을 챙기고 용변 본 것을 처리한다. 나는 양파에게 어떤 존재일까? 밥 주는 인간? 소변을 보고 나면 귀찮게 와서 발을 닦아대는 존재? 잘 모르겠다. 마음이 심난하고 어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파를 사랑하며, 양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Posted by 권정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