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21

 | 일기
2017. 3. 21. 16:11

친구에게 내 극한의 감정을 전달한 뒤, 나의 감정이 어떻게 갈무리 되었는지 전혀 공유 없이 그녀가 나처럼 폭풍이 지나갔으리라 믿는 안일함으로 상처를 줬다. 나의 무례함에 너무 놀라고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의 감정 전이가 특히 잘 되는 나의 다정한 친구는 분명 그것을 버티고 나를 믿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았을텐데 나는 그것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 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믿지 않아서 내 친구의 믿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자신을 믿지 않는 타인을 믿어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마음이 필요한지 잘 알면서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정도로 창피하다.

그리고 그것을 내게 잘 설명해 주는데까지 에너지를 쏟은 친구에게 감사하다. 그런 친구가 내 곁에 여전히 있어준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하고 더 예의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몽롱한 상태로 인생을 살지 않고, 항상 명징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물론 그것이 잘 안될 때도 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 있고, 어떤 상태인지 알고 싶다. 그랬을 때 비로소 내 주변을 둘러볼 힘도 생기고 더 곧고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힘을 내자. 나는 이제 나 뿐 아니라, 다른 생명까지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그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기회인지 깨닫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

Posted by 권정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