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정신 없이 보내려고 노력하니 정말 그렇게 된다. 혼자서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회사를 찾고, 미래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일기도 쓰고 무엇을 했는지 하루를 정리하기도 한다. 게임을 하며 집중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치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내년까지는 조금씩 정리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니까 이대로 살아야지. 조용하게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많은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연애는 미뤄두고 싶다. 만날 인연이라면 누구든 언제든 만나지겠지. 적어도 내년까지는 혼자 있고 싶다. 1년 정도 혼자 있으면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겠지. 다른 때는 이런 생각 잘 안했는데 이번에는 내 인생과 미래에 대해 자꾸 고민하게 된다. 나이가 변한 탓도 있고 상황이 변한 탓도 있겠지. 나쁘지 않다. 탓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니 이 상황을 나쁘게 여기는 뉘앙스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항상 허공에 떠 있는 기분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조금 땅에 발 붙인 기분이다. 이제 그래야 할 때니까. 괜찮다. 나는 아프고 다쳤지만 나을 수 있다.
겁나고 불안하고 혼란스럽지만 나쁘지 않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을 할 시기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