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사람이 필요하면서 사람들이 두렵고 내가 어리석은 짓을 할까봐 사람들을 피하면서 그들의 다정함을 갈구한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언제는 내가 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나? 나는 나에게 언제나 끌려다녔으나 그런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왔다. 이제 와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필요한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나의 무엇도 알지 못한 채 내버려두었고, 나는 이제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믿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믿는것이 얼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느낀다. 누군가를 믿는다거나 어떤 관계를 믿는다거나 결국은 나와 세상과 사람을 믿는 일은 아마 내가 경험해왔고 앞으로 경험할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어렵고 두렵고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내가 그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될까? 아직 날은 멀고 나는 쉬이 피로하다. 천천히 열심히 가야겠다.
나는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고,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때도 있고, 할 수 없는 이야기만 있을 때도 있다. 나는 그런 것들을 다 견뎌야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내 안에 이야기가 많다는 것 하나만 믿고 견뎌야 하는 일들은 의외로 굉장히 많다. 그것이 시간일 경우도 있고, 외로움이나 고독으로 불리는 나의 상황일 경우도 있고, 내가 누군가들과 만들어 온 관계일 경우도 있다. 견딘다는 것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무작정 꼭 눌러서 나의 어딘가에 쳐박히도록 모른체 하는 것도 아닐테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여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소화시키는 것도 아닐 견딤에 대해서 생각한다. 견딤이 나를 성장하게 할까? 견딘다는 것은 현명한 일일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견디지 못했다는 자책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나를 괴롭히면서 살아온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견뎌냈고, 무엇을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견딤은 실상 견딤이 아니라 꼭 꼭 딛고 걸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이야기들, 내가 가진 힘으로 마침내 내가 어딘가를 향해 걷게 될 것을 믿는다. 아직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나와 나의 이야기들이 힘을 내서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을 언제나 기다린다. 한 발자국을 내딛고 한 발자국을 내딛는 그 일이 내게는 가장 어렵고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