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4

 | 일기
2017. 12. 4. 14:29

여러모로 마음이 많이 나아졌다. 이제는 밤마다 울지도 않는다. 약은 먹지 않지만 잠도 잘 수 있다. 수 많은 꿈을 꾸지만, 약을 먹을 때에도 꿈은 늘 내 잠에 있었다. 사람을 만나서 웃을수도 있고 혼자서 책도 읽을 수 있다.

이 정도만 되면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괜찮아졌다. 다만 꿈 속에서 여전히 많은 일이 벌어지지만, 현실이 아닌 것에 안심한다. 나는 다 괜찮아질거다. 지금의 외로움과 버거움을 견딜만큼 나아졌다. 그러니까 모든 일은 다 좋아지겠지.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불안함이 있지만 그게 삶에 대한 것이지 당장 나의 안위와 일신의 안정에 대한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잊고 있었는데 나는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더 지날수록 그런 나를 다시 만난다. 내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많은 일이 귀찮아졌다. 워낙에 게으른 성정이지만, 더 많은 일에 에너지를 쏟기가 싫어졌다. 하루하루에 집중하고 나에 대해 생각하는 일만 해도 버겁다. 혼자 있는 많은 시간이 충분히 만족스럽다.

아이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책임지지 못한다면 미련떨고 보고 싶다고 우는 것도 아이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키우며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해줄게 아니라면 나는 생각할 자격도 없다. 마음으로는 다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만 앞으로는 평생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잘 모르겠다. 어떤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지 않으며 온전히 내 시간들을 가진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새 회사는 사실 잘 모르겠다. 아직 출근 전이지만 그 회사에 가는게 맞는지 고민이 된다.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조금 더 고민의 여지가 있을텐데 기다리는 회사들은 내 서류를 천 번 정도 읽고 있다. 아마 1년 가량 쉬었으니 마음에 걸리겠지만, 그럼 그냥 면접 봐서 거르면 좋으련만 아쉽다. 어쩔 수 없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타인은 또 타인의 일을 하겠거니 하고 살아야 한다. 누구도 무엇도 바꾸겠다는 야심만만함은 모두 지웠다. 나는 오로지 나만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타인 역시 나를 바꿀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많이 다쳤지만 완전히 부러지지 않았으니 그것에 집중하면서 살아야한다.

Posted by 권정기린

20171024

 | 일기
2017. 10. 24. 21:16

화가 날 때면, 역겨워 구역질이 날 때면, 손이 떨려 절로 주먹이 쥐어질 때면 글을 쓰겠노라 마음 먹는다. 다른 어떤 일로도 풀어내지 못하는 내 마음은 글이 된다. 하나씩 글자를 조합해 문장으로 다시 단락으로 글로 자라나는 온갖 마음을 본다. 내 마음인데 내가 잘 몰랐던 부분들이 삐죽 나와있다.

숨을 크게 들이쉬는것으로도 산소가 부족해 눈앞이 캄캄해질 때 글을 쓴다. 간신히 글자가 눈에 들어오고 조금씩 사고가 가능해진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일도 가능해진다. 겨우 겨우.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나?

잘 모르겠다. 아이들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비겁한 일이다. 아이들은 나 없어도 잘 살텐데 무슨 아이들 때문이야. 어쩌면 더 행복해질지도 모르지.

우울증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겠지. 낫는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면서 약을 삼킨다. 약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낫고 있겠지. 그렇게 믿는다.

정말 모든일이 좋아지고 있니?

Posted by 권정기린

20171008

 | 일기
2017. 10. 8. 04:16

하루는 미치게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 환장하겠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그저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죽고 싶다.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으로 너무나 충분할 것 같다가

내 글이 안 남는다면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바심에 쫓기다가

지금의 생활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이게 미친게 아니면 대체 뭐란 말인가.

Posted by 권정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