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이다. 양파를 두고 나왔다는 자책감이 이렇게 심할 줄 몰랐다. 그리고 보고싶다. 말이 안되는데 가슴 미어지게 속상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올것을. 어찌해야 할까. 이 폭풍이 과연 지나가는 폭풍일까 아닐까.
괴로워서 잘 수가 없다. 집에 가고 싶은 피로함이다. 이제 그만 쉬고 싶다. 사는 일이 염치 없다. 잘 수도 울 수도 없다. 이리 노곤한 마음인데 이 마음으로 아이를 사랑한다 한들 무슨 아름다운 애정일까. 지독하게 숨 막히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이름짓지 말자. 내 아이 아름다운것만 보고 살기를 바란다.
쉬고 싶다.
양파를 너무 사랑하는 내 마음이 나와 양파에게 독이 된다. 사랑만 하고, 교육 할 줄은 모르는 초보 가족의 흔한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나는 양파와 함께 있으면 온 신경이 양파에게 쏟아져 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조금이라도 아이가 잘못될까봐 덜덜 떤다. 양파가 발이라도 한 번 삐끗하면 뭔가 잘못 되었다고 떨며 병원에 데려가려고 한다. 잘 생각해보면, 집 바닥은 내가 걷기에도 너무나 미끄럽고 나도 늘 넘어지지 않기 위해 천천히 움직인다. 양파는 아직 그걸 깨우치기 어려운 아기이고, 그래서 신이 나면 마구 달리고 그래서 약한 다리로 넘어지는 일이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다. 그런데 머리로 이걸 알아도 눈 앞에서 아기가 넘어지면 너무나 무섭다. 식사량이 늘어나면서 설사를 하는 일도 잦을텐데, 그저 변이 조금만 물러도 호들갑을 떤다. 이런 행동들이 나와 양파 모두에게 안 좋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하다.
양파가 살아 있는 생명임을 알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바람 불면 날아갈까 손에 쥐고 키우는 것이 건강한 양육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양파도 그런 내 방식에 스트레스 받으며 나도 심한 스트레스로 몸살이 날 지경이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되 과한 관심은 모두에게 독이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겠다.
계속해서 피곤이 가시지 않고, 꿈은 계속해서 악몽이다. 자도 자도 개운하지 않고 깨어 있어도 잠들어도 누군가에게 시달린다. 나를 가장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은 나다. 조금의 긴장 풀림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도 힘들다. 아이를 키우고서야 아이를 키우며 예민해지는 마음을 이해한다. 양파의 방식과 내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어렵고 괴로울 때도 있다.
내가 꼭 안아주면 양파는 갑갑해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당연한 사실인데, 마음으로 그것이 서운하다. 양파는 뽀뽀를 할 줄 모른다. 나는 양파를 핥아줄 수 없다. 내가 양파에게 대체 뭘 해줄 수 있을까? 양파에게 따뜻한 집을 주고 신나게 놀 장난감을 사주고 양파의 밥을 챙기고 용변 본 것을 처리한다. 나는 양파에게 어떤 존재일까? 밥 주는 인간? 소변을 보고 나면 귀찮게 와서 발을 닦아대는 존재? 잘 모르겠다. 마음이 심난하고 어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파를 사랑하며, 양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내 마음은 바람 부는 들판처럼, 쉽게 방향이 달라진다. 길이었던 곳이 사라지고, 없던 길이 생긴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채 그저 서 있을 뿐이다. 돌아본다고 한들 지나온 길을 알 수 없으니 내가 가는 곳이 길이겠거니 하고 걷는다. 하지만 솔직히 두려울 때가 많다. 미심쩍기도 하고 자꾸 불안한 마음이 자라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겠나, 내가 선택했으니 내가 나를 믿는 수 밖에 없다.
양파는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다행이다. 관절 영양제가 도착했고, 열심히 먹이고 있다. 예방 차원으로 먹이는 단계를 주문했다. 어린 강아지라서 좋은 성분이 가득해도 다 흡수 못하거나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른쪽 뒷다리가 조금 약해 보이는데, 아직 너무 어린이라서 어차피 수술도 어렵고 1년 정도 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니 영양제가 효과가 있기만을 바란다.
날씨가 좋으면 언니는 애기 데리고 나오면 참 좋겠다고 얘기한다. 벌써 애기 옷이며 장난감만 하루 종일 들여다 보고 있다. 그런 언니를 타박하지만, 나도 멍하니 있을 때는 아기 생각을 한다. 신이 나서 달려가는 모습이며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깡 하고 화를 내는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우리가 셋이 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항상 내 아이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자꾸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