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 때문에 참거나 희생하는 모든 것들이 역겹다. 왜냐하면 나의 엄마가 내게 해준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원망한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런데 왜 내게 그런 것들을 바라지? 숨막혀. 언제까지 어린아이처럼. 난 누구의 엄마도 되지 않을거야. 절대로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을거야. 너희들 모두 내게 바라는 것이 있겠지만 나는 아무것도 주지 않을거야.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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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아름다워지고 싶다. 그것이 사실이다. 나는 춤추고 노래하고 책 읽고 글 쓰며 아름다워지고 싶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것은 나의 미래에는 오로지 그것뿐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다른 무엇도 욕심나지 않는다. 간절하게 갖고 싶고 닿고 싶고 그런 것들이 없다. 그런 마음을 내가 알게 될까? 너무 갖고 싶어 괴롭고 닿지 않아 안타까운 그런 마음을 알게 되는 날이 올까? 잘 모르겠다. 그런 날이 왔을 때 내가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정말로 모르겠다. 그래서 두렵다. 완전히 부서지게 될까,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멘트처럼 굳어버릴까. 그 때가 되면 모든 것들을 후회할까. 후회하고 미안하고 빌고 싶을까. 잘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 나를 돌볼 필요 없다는 선언을 하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우리가 언제나 한 사람이 나머지를 돌보는 관계였던가. 그러나 그랬다. 실상 얼마나 많은 부분 나를 돌보는 스스로를 통해 기쁨을 얻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 화를 내면 안된다는 다짐, 경제적인 부담, 희생하고 있다는 억울함, 자신을 돌볼 수 없다는 서러움을 통해서 얼마나 자신이 나를 사랑하는지 확인하고 그런 자신에게 감탄하는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 나는 언제나 몰랐고 모르고 모르고 싶다. 돌봐야 할 대상인 내가 사라졌을 때 느끼는 상실감, 더 이상 자신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황당함, 이용당하고 버려진 느낌들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몸서리치게 싫어하는지도 설명할 필요 없다. 나의 죄책감, 뿌리가 없는 미안함, 짐이 되고 있다는 느낌,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 언제나 모자랐고 모자란 사람일 나에 대한 실망, 기대고 싶은 마음과 더 이상 의존적이면 안된다는 자책, 끊임없이 스스로와 싸우고 실망하고 다짐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망가진 나를 정말로 돌볼 사람은 나다. 언제나 그랬지만 나는 그것을 할 줄 몰랐고, 하고 싶지도 않았고, 누군가 나를 돌보고 치료해줄 것이라 믿었다. 아니, 믿었던 것 같다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나의 연애는 언제나 상대를 다치고 지치고 망가뜨린다는 두려움은 나를 예민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몇 번의 연애 관계를 만들고 끝내면서 내게 남은 것은 고마움과 미안함과 다시는 이런 식으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한 번도 그 다짐은 지켜진 적 없다. 나는 언제나 다시는 연애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다시는 누군가를 지치고 아프고 망가진 상태로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 나를 돌보는 사람이 내게 기대어 있는 것인지 내가 그 사람에게 기대어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분명하다. 어떤 누구도--나 자신조차--내가 그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나를 온 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그 사람은 서서히 망가지고 가라앉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실인가? 사실이 아니라한들 또 어떤가. 아무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괴롭거나 괴롭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그것에 대해 죄스러워 하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대해 늘 사과하고 싶어하면서. 망가진 것이 나인지 상대인지 모르면서. 누군가를 망치고 있는 관계를 내 손으로 잘라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잘라내는 것이 '감히' 나라는 사실에 대해 또 다시 빌고 싶어하면서.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나쁜년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견딜 수 없는 마음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내가 대체 뭐라고? 나 따위가 뭐라고? 이런 사랑을 '받을 줄 모르는' 나 따위가? 사랑은 받아 본 사람이 받을 줄 아는 것인걸까? 나는 어디가 망가졌기 때문에 이 따위 인간인가.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사람이 필요하면서 사람들이 두렵고 내가 어리석은 짓을 할까봐 사람들을 피하면서 그들의 다정함을 갈구한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언제는 내가 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나? 나는 나에게 언제나 끌려다녔으나 그런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왔다. 이제 와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필요한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나의 무엇도 알지 못한 채 내버려두었고, 나는 이제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믿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믿는것이 얼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느낀다. 누군가를 믿는다거나 어떤 관계를 믿는다거나 결국은 나와 세상과 사람을 믿는 일은 아마 내가 경험해왔고 앞으로 경험할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어렵고 두렵고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내가 그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될까? 아직 날은 멀고 나는 쉬이 피로하다. 천천히 열심히 가야겠다.
나는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고,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때도 있고, 할 수 없는 이야기만 있을 때도 있다. 나는 그런 것들을 다 견뎌야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내 안에 이야기가 많다는 것 하나만 믿고 견뎌야 하는 일들은 의외로 굉장히 많다. 그것이 시간일 경우도 있고, 외로움이나 고독으로 불리는 나의 상황일 경우도 있고, 내가 누군가들과 만들어 온 관계일 경우도 있다. 견딘다는 것은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고 있다. 무작정 꼭 눌러서 나의 어딘가에 쳐박히도록 모른체 하는 것도 아닐테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여 오래 걸리더라도 반드시 소화시키는 것도 아닐 견딤에 대해서 생각한다. 견딤이 나를 성장하게 할까? 견딘다는 것은 현명한 일일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견디지 못했다는 자책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나를 괴롭히면서 살아온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견뎌냈고, 무엇을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견딤은 실상 견딤이 아니라 꼭 꼭 딛고 걸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이야기들, 내가 가진 힘으로 마침내 내가 어딘가를 향해 걷게 될 것을 믿는다. 아직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나는 기다리고 있다. 나와 나의 이야기들이 힘을 내서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을 언제나 기다린다. 한 발자국을 내딛고 한 발자국을 내딛는 그 일이 내게는 가장 어렵고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을 수 있는 빗소리, 보이는 눈발 이런 것들이야말로 감사하고 다정한 위로일 때가 있다. 그것을 너도 알게 된다면 좋겠다. 아무도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하도록 너를 좁은 방안에 두고 몸을 동그랗게 말고 혼자서 숨소리를 듣는 것이 굉장한 위로인 순간이 있다는 것을 너도 경험하고 있을까. 너에게는 얼마나 많은 외로운 날들이 있었을까. 너는 얼마나 많이 너의 숨소리를 들으며 안심하고 잠들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 이 순간이 소나기처럼 지나가고 따뜻하고 다정한 냄새를 맡고 싶다.
그런 기분이 든다. 너무 쓸쓸한데,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고 가야 할 곳도 없는 내가 뻔히 보여서 차마 스스로 쓸쓸하다고 할 수도 없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이 세상에 혼자 있는 기분이 아니라, 온 세상이 멈춰있는데 나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나도 같이 멈추면 좋으련만 내 시간만 무섭도록 흘러 버리는 기분이다. 그림자도 없고 소리도 없고 바람도 없고 비도 없는 세상에서 차마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고 맴돌며 부서질까 걱정되어 아무것도 만질 수 없는 기분이다. 이 멜랑꼴리는 배가 고파도 배가 불러도 담배를 피워도 추워도 더워도 개의치 않고 나를 잠식한다. 무섭고 힘들고 쓸쓸하다. 이 세상이 다 멈춰도 나는 지금과 꼭 같을까? 지금처럼 대상 없는 주인 없는 일기를 쓰며 울까? 괜찮다고 쓰고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고 쓰고 그럴까? 차마 어느 누구에게도 도와달라고 할 수 없고 이유도 없는 우울을 쫓아다니며 잠들고 다시 깨어날까?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내일이 되면 다 괜찮아질거야.
자신이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믿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넘어서야 하는 것일까. 타인이 나에게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을 막고 싶다. 그래서 자존감, 자신감 이런 것들은 오로지 내가 스스로 나를 믿는 것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면 무섭다. 그 사람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얼마나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지 알지 못하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완전히 망가뜨린다.
저녁을 먹은 것이 체한 모양이다. 머리가 와앙- 하고 울리고 오한이 든다. 자려고 했는데 잠들기가 쉽지 않다. 수 없이 많은 불면의 밤이 지났다. 오늘도 그런 밤들 중 하나일테지. 그런 밤들을 건너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울었고 외로워했다. 몸서리치도록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내가 여기에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하며 견뎌왔다.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무심한 내가 무섭고 두렵다. 열심히, 성실하게 사랑하고 싶다. 아니, 사실은 정신을 잃고 사랑하고 싶다. 그렇게 많이 다치고도 그렇다. 그녀가 곁에 있다면 언제나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미치는 것이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미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우리가 좋다. 달라지지 않겠지. 어리석게 싸우는 것도 그보다 조금은 현명하게 서로 용서하는 것도. 머리가 어지럽고 정리 하기가 어렵다. 자리에 누워서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