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07

 | 일기
2017. 3. 7. 22:20

집에 아이가 생겼다. 꼬물이. 아주 작은 아이 이름은 양파라고 지었다. 양파는 처음 온 날, 너무 작아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데려와 놓고도 저렇게 작은 아이가 정말 자라기는 할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펫숍에서는 하루에 두 번만 밥을 주라고 신신당부했고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다. 하지만 그러다 셋째날, 양파는 일어나자마자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맹세코 세상에 태어나 가장 불안한 순간을 맞았다. 언니와 나는 어찌할바를 모르고 밥을 먹이고 꿀물을 타서 먹였다.

그리고 곧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양파는 모든 것이 정상인데, 다만 너무 작다고 했다. 꿀물을 먹였다고 하자, 잘했다고 현재는 정상 혈당이지만 저혈당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마 펫숍에서는 아이가 팔리지 않을까봐 사료를 조금만 주고, 작은 우리 안에 계속 갇혀 있었을테니 운동량도 많지 않았겠지.

병원에서 들은 조언대로 사료양을 늘리려고 데리고 왔는데, 꿀물을 한 사발 다 먹은 탓인지 설사를 시작했다. 네 시간만에 다시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검사를 해보니 세균성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약, 가루약과 유산균 보조제를 받아왔다. 열심히 밥을 하루에 네 번 먹이고 약도 꼬박 꼬박 먹이니 다행스럽게도 설사는 금방 멈췄다.

펫숍에서 아이를 나쁘게 대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저 내가 무지해서 아이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다. 혹시나 잘못될까봐 불안에 떨고 두려워했다. 다행히 언니가 있어서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역시 이렇게 어린 강아지는 처음이고 어쩔 줄 모르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하지만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이 보였다. 그렇다면 나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병원에 다녀오고 이틀이 지난 오늘, 양파는 설사를 다시 하지도 않고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있다. 다행이다. 양파에게 혹시 안 좋은 일이 없도록 항상 마음 졸이고 기도하고 있다. 우습게도 이제서야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나는 여전히 너무나 좁은 세계에 살고, 내 마음대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무엇이든 되지 않고는 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리석게도.

언제쯤 이런 어리석은 태도가 고쳐질까? 고치려고 노력한다고 정말 고쳐지기는 하는지 알 수가 없다.

Posted by 권정기린

20170224

 | 일기
2017. 2. 24. 15:37

어제 오늘은 계속 바람이 차갑다. 겨울이 끝나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나는 겨울이 계속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언니는 추위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첫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우리의 겨울은 마치 지난 여름처럼 많은 일이 있었다. 너무나 괴롭고 긴 시간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문득 여전히 아직은 함께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큰 실망을 하기도 하고, 실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에 마음 쓰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여봐도 여전히 내 마음은 갈 길 모르고 마구 걸음을 내딛는다.

글 쓰는 일이 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내가 말했다. 진심일까? 나는 진심으로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가?

그렇다. 다만 예전처럼 아름답고 위대한 글을 쓰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타자를 두드려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들이 모여 글이 되고, 그 글이 내 밥벌이가 되길 바랄 뿐이다. 그것이 무엇이라도 좋다. 그러니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써서 나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정도면 된다.

내 꿈을 위해서 살라고 응원해주는 반려가 있어서 다행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상생할 수 있을까가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필요한 부분에 도움을 주며 서로가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필요에 의해 함께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렇게 필요한 사람이기도 했으면 좋겠다. 나의 욕심이 강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이든 업으로 삼아 일을 놓치지 않고 계속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늘어질 때는 늘어지더라도 어떤 순간에는 팽팽하게 조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 긴장과 느슨함을 조절하며 내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Posted by 권정기린

20170221

 | 일기
2017. 2. 21. 22:33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아침에 일어났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 내 하루는 정오가 지난 뒤에 시작했었는데, 일곱시에 언니가 일이 있어서 함께 일어났다. 언니는 더 자라고 얘기했지만 어쩐지 말똥말똥해져서 언니를 보내고도 못잤다. 이상하지, 평소에는 그렇게 잠이 쏟아지는데.

그래서 뭘 할까 고민하다 일단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바람이 꽤 차가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커피와 베이글을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카페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었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만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다 문득 처리할 일이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서둘러 작은 집에 돌아와 낯선 친구에게 빌린 옷을 꺼냈다. 이미 세탁해 둔 옷이어서 가져다주기만 하면 되는 깨끗한 옷이다. 고마운 마음에 몇 가지 주전부리를 함께 넣은 가방을 가게에 걸어두고 왔다. 낯선 친구가 잘 발견했기만을 바란다.

그 후에는 피부과에 가려고 했지만, 점심 시간에 걸려 미용실로 향했다. 얼마 전 우습게 잘려버린 머리칼을 수습할 수 있을까 해서 이전에 다니던 미용실로 갔다. 다행히 아주 간단하게 다른 스타일로 변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언니를 만나 함께 커피를 마셨다.

언니와 나는 처음 만난 순간--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다--부터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바깥 데이트는 설레고 신선하다. 햇살이 내리쬐는 평일 낮에 언니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니. 함께 지낸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하며 웃는다. 우리는 생활을 나누는 관계라서 보통의 연애와는 다른 모습이 많다. 그러니 남들은 지겹도록 했을 영화관이며 카페가 아직도 좋은거다. 나쁘지 않다. 생활을 나누는 관계의 안정감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더 많이 배려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생활하면서 놓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내가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다. 무엇이 더 크고 작은지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지금 행복한가 자문하면, 답은 언제나 그렇다,이다.

문장을 너무나 오래 쓰지 않아서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음을 안다. 어색하고 잘못되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일기를 쓰려고 한다. 내가 꾸준히 무엇인가 쓰는 습관을 들여야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말만 하고 싶지 않다. 큰 유명세를 원하지도 않는다. 꾸준히 쓰고, 그것을 통해 내 밥벌이를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제 미루고 돌아가는 일은 그만하고 싶다.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근처에 사는 친구는 몸살에 걸렸다고 한다. 약을 사다주마 했으나 친구는 그냥 쉬겠다고 했다. 친구도 나도 폐끼침을 싫어하는 인간이어서 아직까지 관계가 좋은 것을 알지만, 이럴 때면 서운한 마음도 든다. 아직도 내가 혼자 앓아누웠을 때 멀리서 달려왔던 친구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그 따뜻함을 나도 친구에게 주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의 공간이 필요한 동물들이고, 그 넓이는 가변적이며, 선을 정하는 의사를 존중해야 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저 죽을 것 같이 아프면 반드시 연락하라는 당부만 전하고 말았다. 친구의 애인이 부디 내 친구를 잘 간호해주길 바란다. 물론 친구는 혼자서 앓아 눕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최근 열 시간 넘게 연속으로 깨어 있었던 적이 없다. 한편으로는 우울증이 심해졌나 고민이 들고, 한편으로는 계속 이렇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 약은 꾸준히 먹고 있다. 상태는 오르락 내리락 여전하다. 어떤 때에는 모든 것이 다 나아서 약을 당장 끊어도 될 것 같다가 어떤 때에는 제발 약을 두 배로 늘려달라고 애원하고 싶다. 그러니 아마 지금의 약이 내게 정량일 것이다.

열심히 제련한 문장을 읽지 않아서 이렇게 언치가 된 것일까? 계속 쓰기만 한다고 나아질까? 누군가 고쳐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몸이 너무 피곤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일단은 쓰자. 그 후에 고민하자.

Posted by 권정기린

20170212

 | 일기
2017. 2. 12. 22:21

 시간은 빠르게 흘러 현재에 이르렀다. 그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한다. 나는 그저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열심히 살기만 했으며, 다른 무엇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내 삶이 크게 변했다. 내가 변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삶의 방향을 이런 식으로 전환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고민할지 궁금하다. 나처럼 한 순간에 결정했을까? 아니면 오래도록 심사숙고하여 결정했을까? 나는 벼락같이 결정했다. 왜냐하면 나는 놓칠 수 없는 누군가를 만났고, 그 사람과의 관계에 인생을 걸어야만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없던 일들이 생겨나고 예상치 못한 결정을 하게 되고 어려운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인정한다. 나는 너무나 미성숙하고 어리석은 부분이 있고, 내가 선택한 관계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불행을 넘어서 절망하기도 했고 지친 나머지 죽고 싶다는 생각도 너무나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머지 모든 매 순간 그러했듯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후회를 남길 수 없을 정도로 항상 마음을 전부 쏟는다. 모든 일에 그래왔다. 나의 미움도 사랑도 모두 진짜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Posted by 권정기린

20111105

 | 일기
2011. 11. 6. 02:38
 외로움에 대하여 오래 생각한다. 아주 오래 생각하여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때까지. 그 외로움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침잠인지, 어떤 색인지 기억나지 않을때까지. 그래서 마침내 어느 순간 외로움에 대해 잊게 되는 그날까지, 오래오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Posted by 권정기린

20111029

 | 일기
2011. 10. 29. 02:37

 너 없어도 빗소리는 좋다는 사실이 신기해. 비가 오다니. 그것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쏟아지는 비. 새벽 두시 반에. 오늘은 계속 아팠어. 아파서 누워있었어. 어제는 감기 기운이 좀 있더니 오늘 아침에는 아예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아팠어. 어제 나가지 말고 쉬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약도 먹고 유통기한이 두 달이나 지난 스파게티를 먹었어. 괜찮던데? 너한테 얘기했으면 절대 먹지 말라고 했을까? 아빠는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엄마는 날 계속 걱정하느라 하루가 짧았을거야. 난 지금 블라인드도 올리고 창문도 다 열어놓고 빗소리 들으면서 방바닥에 앉아서 이걸 쓰고 있어. 엄마가 알게 된다면 왜 침대 위에서 하지 않느냐고 혼나겠지. 생강과 귤껍질을 넣고 끓인 차를 두 잔 마셨고 라면이 먹고 싶었지만 참았어. 너 있으면 끓여줬을거야. 지금 너도 깨어있을까? 너 상담은 잘 가고 있어? 그게 가장 걱정이다. 상담 잘 받아야할텐데.
 아침이 오기 전에 비가 그칠까? 계속 오면 좋겠어. 그래야 나갈 기운이 생길 것 같은데. 오늘의 일정은 합평 모임을 가는거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글을 열심히 쓰기로 결심했거든. 공부도 해야 하는데 말이지. 그러고보니 너 자주 아프다고 싫어했는데, 나도 못지 않았지. 울지 말고 잘 있어야 해.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만두기로 했어.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할 때니까. 마주치지 말자. 마주쳐도 마주치지 않은거야. 열심히 살고, 아프지 말아야지. 내후년쯤엔 나도 좀 멋진 사람이 되어있어야 할텐데.
Posted by 권정기린

20111022

 | 일기
2011. 10. 23. 01:04

 아까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 모두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우리의 삶들은 어떤 길을 따라서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우리는 왜 이렇게 외로울까. 렛미인의 계절이 다가온다. 슬프게도. 아쉽게도.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서 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졌다. 우리는 너무 노력했다. 내가 외로운 것이 너 때문은 아닌데, 나는 너의 외로움에 빚을 진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그렇게 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더라도 늘 외롭겠지. 그 외로움이 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다가 모르고 싶다가 그렇게 살겠지. 미안해, 하나도 미안하지 않아. 이렇게 덤덤한 마음이 무너지는 날도 오겠지. 그러다가 또 살아지겠지. 괜찮을거야. 지금처럼.
Posted by 권정기린

20110511

 | 일기
2011. 5. 11. 01:06

 어떤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이 나를 알게 되는 과정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를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이제 다시 누구를 믿게 될까? 사랑에 빠지기야 하겠지만, 내가 다시 누군가를 믿게 될까? 그런 일이 생길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까? 믿고 싶은 마음 말고 정말로 믿게 될까?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까?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무엇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두렵다. 나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만 만나며 살고 싶다. 더 이상 누군가를 더 알게 되는 일이 무섭다. 요즘의 나는 무엇이든 망치지 못해 안달이 난 것만 같아서 더 무섭다. 내가 어디까지 망가질지 무섭다. 이러다 어디로 도망칠지 모르겠어서 무섭다. 누군가 잡아줬으면 좋겠고, 누군가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이제 다 그만두고 싶다. 너무 모든 것들이 지친다. 나는 대체 어디쯤에 있는걸까.
Posted by 권정기린

20110508

 | 일기
2011. 5. 8. 01:27
 숨막히게 외롭다. 아니. 외로워서 숨이 막힌다. 어느 누구도 그립지 않고,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고. 그래서 나는 자꾸 추락한다. 할 수 있는 것들은 실상 매우 적다.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어서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럴 때마다 심호흡을 한다. 아직은 아니라고. 아직 나는 갈 곳도 정하지 못했다고. 언젠가 원하는 곳으로 떠나기 위해 지금은 참아야 한다고. 그런데 시간이 너무 느리다. 끈적하게 녹은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들러붙는다. 외로워. 너무나. 사랑하고 싶다. 누구라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나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타인을 사랑해야 덜 외로울 것 같다. 그런데 사랑은 무슨 상태일까? 두근두근 떨리는 것?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것? 그 사람을 안 볼 때는 순간이 영원같은 그런 것? 잘 모르겠다. 어두운 방에 누워 자고만 싶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아니,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나만 아무도 모르는 비를 듣는다. 어두운 방에서 빗소리를 듣는다. 많은 꿈을 꾸고 많은 꿈을 잊고 깊게 잔다.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런 것들 뿐일것이다. 난 그냥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이 삶을 너무 사랑하지만, 난 너무 무능하다. 어떤 것도 열중해서 하지 못한다. 연애도, 사랑도, 공부도, 생활도. 내게도 한 가지쯤은 잘 하는 것이 있을까? 다른 사람의 삶에 기생하는 것 말고도. 잘 모르겠다 이제는.
Posted by 권정기린

20110420

 | 일기
2011. 4. 20. 02:48

 어떤 말도 옳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무말이나 한다. 절대로 다시는 나를 찾지도, 찾아오지도, 생각하지도, 엿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시간은 매우 빠르다. 아직도 나는 헤매고 있는데, 벌써 봄이다. 겨울을 보낼 마음의 준비는 하나도 하지 않은 채 화들짝 봄 맞으러 뛰쳐나간다. 그런데 맞이하러 나간 봄은 아직도 저 멀리 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괜찮아, 잘될거야.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안 괜찮아, 망했어. 하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처럼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것에 대해 기억하지 않고, 앞으로의 살아갈 궁리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될 것이다.
Posted by 권정기린